[카지노 도서] 슬롯_406


많은 사람들을 비웃으며 “처음에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상상

하지 못했어요. 첫 오르가슴때 처럼 마냥 신기하고 좋기만 했

어요”

“둘이서 손을 잡고 기계 앞에서 폴짝거리며 뛰었어요. 흥분은 

집에 돌아갔을 때도 남아 있었어요. 마치 남편의 성기가 아직 

몸속에 남아 있는 것처럼.”

난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

정을 할 때와는 분명 다른 느낌일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아직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가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정말 잘못된 것일 까요?”

대답 대신 술잔을 들었다. 이상하지만 술을 먹을수록 정신은 

더 맑아졌다.

“생각해 보면 나쁜 일은 항상 내가 정신을 차리고 있는 동안 

일어 났어요. 반대로 뭔가 비정상적으로 행동했을 때에는 좋

은 일이 일어났어요. 부끄러운 일이지만 전 공부를 잘하는 축

에 들지 못했어요. 그래서 하마터면 고등학교에도 들어가지 못

할 뻔했죠. 시험 당일 날 우리 반 반장이 옆 자리에 앉지 않았

다면 전 분명 떨어졌을 거에요. 

“그런 경험해 보신 적 있나요?”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

[카지노 도서] 슬롯_407


“저도 커닝은 해본 것 같아요.”

그 정도가 아니었어요. 

어쩌면 그날이 제 삶을 결정지었는지도 몰라요. 그때 실력만으

로 시험을 봤다면 전 아마 아주 다른 인생을 살았을 거예요. 

그날의 일이 절 괴롭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착한 반장 아이가 답안지를 보여 줬고, 그 사실은 누구도 알

지 못했죠. 전 당당하게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반장과는 자연스

레 헤어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다 보니 대학까지 가

게 되었죠. 지금의 남편도 만나게 되었고 남편네 집은 아주 부

자거든요”

“그러니까 나쁜 일이나 부정직한 일이 꼭 좋지 않은 결과를 가

져오는 건 아니 라는 거예요. 이상하죠? 남편을 만나기 전에

도 난 아주 옳지 못한 짓을 했고 그것을 숨졌는데도 아무런 문

제없이 살고있어요. 바보같이 내가 솔직해진다면 모든 것이 엉

망이 될 거예요. 누구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굳이 들

추어 낼 필요는 없잖아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짐작이 되긴 했다.

한 인간이 완벽하게 상대방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

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편의상 그럴 때도 있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

[카지노 도서] 슬롯_408


특히 복잡하고 예민한 남녀 관계에서는 오히려 정직이 독이 

될 수도 있다.

“명혜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다 섬뜩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동화책에서 그려 놓은 것과는 전혀 반대

이거든요. 때로는 정직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었어요”

“내가 다시 반장 아이를 만날 일은 없어요.” 

분명 위험을 감수할 만한 일이었죠. 간혹 백지 답안지를 제출

하는 악몽을 꾸긴 해도 성인이 된 지금 문제될 건 없어요!”

나는 그가 여중생이 되어서 반장의 답을 훔쳐보는 장면을 그

려 보았다. 여린 손목의 소녀가 감행하기에는 스릴 있는 일이

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나간 다음에는 오직 안도의 한숨만이 

남는다. 백지 답안지를 힘없이 제출하는 장면보다는 행복한 결

말이다. 고지식하게 정직을 고집했다면 결말은 아주 달랐을 것

이다.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시련이다.

“그런데 요즘 제게 나쁜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그때의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그때 일이 기억

나요. 이상하죠? 그날처럼 기뻤던 적도 없었는데, 왜 나쁜 일

이 생기면 그날이 기억나는 걸까요? “

“잊어버렸던 반장 아이의 얼굴도 떠올라요.”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

[카지노 도서] 슬롯_409


여자의 나쁜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지 만 적어도 카지노에서 돈

을 잃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런 식으로 연결된다면 제대로 살아갈 인간

이 몇이나 되겠는가. 가령 평범한 한 사내가 일곱 살 때 처음

으로 만화책을 훔치고, 중학교 때 여선생님을 상상하며 자위

를 했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고 행복과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분명 억울한 일이다.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진 다음 여자를 차버렸다고 해서 카지

노에서 큰돈을 잃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억지다. 

이건 윤리 의식과는 상관없다.

“그 정도 일이라면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요? 남을 해친 것도 

아니니까, 그냥 특별한 경험 정도로 남겨 둬도 될 것 같은데.”

그렇죠? 나 때문에 떨어진 아이가 있긴 했겠지만,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자의 눈빛은 젖어 있었다. 

단정히 빗어 올린 머리칼 아래로 반짝이는 귀걸이처럼 빛이 

났다.술을 남겨 둔 채 바를 나왔다. 

그리고 조금 거리를 두고 걸었다. 

손을 들자 대기 중이던 택시가 달려왔다. 

늦은 시각이라 건물 밖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

[카지노 도서] 슬롯_410


여자가 자리를 옮겨 술을 더 하자고 했을 때, 그런 적은 없었

지만 친한 친구가 답안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 같았다. 

잠깐 생각한 다음 그러겠다고 말했다. 잘못될 일은 없다. 

카지노에서 사북읍으로 내려가는 길은 계속 내리막이었다. 

속도가 빠르지 않았는데도 현기증이 났다. 

과속 방지 턱에 제동이 걸릴 때마다 몸이 앞으로 쏠렸다. 

등 뒤의 카지노는 높은 곳에 있었고, 불빛은 꺼질 기세가 아니

었다. 반대편 차선으로 불빛에 유혹당한 나방처럼 몇 몇 차들

이 가파른 고개를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 택시 기사는 시시한 농을 걸지 않았다. 

여자는 고개를 돌린 채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석탄 무덤은 밤에 더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였다. 

그 앞에 마치 바람과 유령이 살고 있을 듯한 낡은 아파트가 버

림받은 여자처럼 서 있었다.

택시가 선 곳은 편의점과 식당이 있는 2차선 도로였다. 

새롭게 지어진 모텔 건물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었다. 광산업이 한창이었을 때보다 좋아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월급봉투를 손에 쥔 광부들이 거리를 활보할 때와 카

지노에서 돈을 잃은 인간들이 거니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

[카지노 도서] 슬롯_411


갱도가 무너져 사람들이 죽어 가는 것과 비교한다 해도 어느 

쪽이 더 나쁠지 자신할 수 없었다.

마땅한 술집을 찾아 발걸음을 옮길 때, 여자가 뒤에서 내 팔

을 잡아 끌었다. 내가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고개를 옆으로 돌

렸다. 이번에도 기대하지 않은 그림이 나왔다 왜 하필이면 슬

롯머신 앞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일까?

모텔의 엘리베이터는 두 명이 정원인 것처럼 좁았다. 

내부는 카드 문양으로 장식이 되어 있고 칩도 현금처럼 받습

니다라는 푯말이 달려 있었다. 

밀폐된 공간이어서인지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밀려왔다. 

수진의 향수와 달랐고, 윤미의 머리칼에서 나는 향과도 달랐다.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였다. 

그의 머리를 보는 동안 명혜의 검은 눈동자가 연상되었다. 

유혹하듯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었다. 

나비가 팔랑거리며 비행하는 것처럼 느리고 유연하다. 

불경스러운 연상이다. 마치 발기를 막으려는 듯 나는 귀에다 

손가락을 넣어본다. 바보 같은 행동이지만 효과는 있다. 

기훈 선배가 했던 말이 되살아났다. 

정확히 말하면 니체가 한 말이다. 

니체는 또 자라투스트라를 통해 말했다.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

[카지노 도서] 슬롯_412


“나는 만물에서 다음과 같은 만족스러운 확실성을 발견한다. 

즉, 만물은 우연의 발로 춤추기를 선호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

인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권력에의 의지로 자기극복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삶의 혼돈은 삶을 극복하는 것으로

바뀔 수 있고, 이를 실행하는 방법은 위험하게 사는 것, 즉 실

제로 위험 속에 뛰어드는 것이다.” 

기훈 선배를 좋아한 적은 없지만, 이 말 만큼은 인정하지 않

을 수 없다. 그의 방법론이 틀렸느냐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

다 우연에 의지해서는 승자가 될 수 없다. 

그가 옳다 막 지은 모텔에는 화공 약품 냄새가 남아 있었다. 

코를 막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창문부터 열었다. 

이럴 때 올바른 일이란 여자를 먼저 안아 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창문을 열고 먼 산을 보고 담배를 꺼내었다. 

여자는 재킷만 바닥에 내려놓고서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에서 떨어진 물이 바닥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들려왔

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욕실 문 앞에 기대어 앉았다. 

현관 입구에 그가 벗어 놓은 검은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

다. 마치 절벽 위의 편평한 바위 위에 놓인 것 같은 착각이 든

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단절 없이 이어진다.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

[카지노 도서] 슬롯_413


정상적인 소리는 아니다. 

좀 더 변주가 필요하지만 소리는 변함이 없다. 

확실하게 위로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친구의 답안지를 훔쳐보는 것 정도로 삶이 황폐해지지는 않는

다고 이야기했어야 했다. 

명혜를 남겨 놓고 도박을 하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

어야 했다. 돈을 잃는 것도 생각하기에 따라 한번쯤은 해볼 만

한 경험이라고 위로했어야 했다. 모든 것이 후회된다.

귀를 문에 대고 눈을 감자 귀가 눈이 된다. 욕실 안의 여자가 

보인다. 여자는 옷도 벗지 않고서 변기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욕조 바닥에는 맹렬히 물이 떨어진다. 여자는 천천히 눈

물을 흘린다. 어느새 눈물은 오열로 바뀐다. 

두 팔로 몸을 감싸 안고 더 크게 소리 내어 운다.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삶이 예측하지 않은 방향

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저항한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소리만 들어서는 슬픈 것인지 아픈 것인지 알 수가 없

다.욕실 문을 열고 나온 여자는 바닥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

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옷은 그대로였고 세수만 한 것인지 

얼굴에 물기가 남아 있었다.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

[카지노 도서] 슬롯_414


머리칼을 젖히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모든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안해요.”

있는 힘을 다해 나온 목소리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괜찮습니다.”

“함께 가시겠어요?”

뒤끝이 흐려진다.

“아뇨, 전 여기에 있겠습니다.”

바닥에 놓인 그의 재킷을 집어 주었다. 구두를 신는 그의 발목

이 아주 가늘다. 바보같이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저, 실례가 되지 않으면 죽은 강아지 이름을 물어 봐도 될

까요?”

“강아지요?”

“명혜가 이전에 이야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아빠에게 강아지

가 있었다고.”

“강아지를 키운 적은 없는데요. 뭔가 “

여자의 얼굴이 깊은 상념에 빠지려고 한다.

아뇨, 제가 다른 아이와 착각했나 봅니다. 워낙 건망증이 심해

서요. “그럼, 이만.” 여자는 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나도 되받아 인사를 했다.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

[카지노 도서] 슬롯_415


모텔 방에서 나누는 인사치고는 이상했지만, 아침에 흔적도 없

이 사라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문이 닫히고 그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좁은 엘리베이터 속으로 그의 몸이 사라지는 것이 그려진다. 

어떤 표정일지는 상상할 수 없다.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잠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왔지만, 명혜

가 말한 천국으로 갔어야 할 강아지의 행방은 묘연했다. 

다시 명혜를 만날 일은 없을 것이고, 왜 아이가 내게 그런 거

짓말을 했는지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 정도 거짓말을 한 것이 용서 받지 못할 일

은 아니다. 

재미 삼아, 일상의 권태를 부수기 위해 그랬다면 그만이다. 

정작 내가 힘들어하는 것은 여자의 탄력 있는 몸과 사라져 버

린 구두다.

왜 이성이 허락하지 않는 것에는 항상 미련이란 그림자가 따라

다니는 걸까? 

위험해서? 아니면 아름다워서?

멈추어야 한다.



클릭 ▶▶▶ 사이트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