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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이미 사업을 하고 있다면 대답이 될까?”

“이미 동업을 하고 있다고? 일본에서?”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거야 시간 되면 식사나 같이하자”

“그, 그래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종탁이 원하던 대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대운 투자의 지분은 그들에게 한 주도 주

지 않았다는 사실을 종탁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바란 것은 도리어 대운 투자의 주식이 아니라

일본에서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LS 갬블머신 컴퍼니 주

식이었다.

그것 또한 태극의 중요한 수입원이지만 대운 투자를 깔

고 갈 더 큰 그릇, 풍림장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지만 이제는 그 들의 생각도

바뀔 가능성이 높았다. 

대운 투자가 풍림장을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풍림장, 그들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최근 잠자고 있지만 풍림장이 한반도를 오랫동안 지켜

온 호랑이라는 것을, 오히려 작금의 평가는 그들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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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풍림장의 안전을 담보할 주식을, 자신을 찌를 칼

이 될지도 모를 그것을 그들에게 쥐여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개처럼 벌어들인 돈, 벌써 수익을 내고 있는 일본 LS

갬블머신 컴퍼니를 모두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풍림 

장은 지킬 것이다.

자신의 꿈이자희망이며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될까?”

“네 말씀하세요”

“네가 바라는 것들을 주면 넌 내게 뭘 줄 수 있지?”

“뭘 원하십니까?”

“두 가지다.”

종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건만 녀석의 마음은 이

미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똑똑한 녀석도 역시 욕심 앞에서는 정신을 차리

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하기야 욕심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권력 투쟁의 한복판에 떨어졌으니 나무

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놔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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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이어졌다.

“그래서 자네가 풍림 장을 찾는 일을 도우라고 하셨네.”

“네?”

태극의 놀란 음성에 방 실장이 특유 의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도 모르게 은밀히 작업을 진행한다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던가.

아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스스무 가주가 그 얘기를 언급할 때는 딸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애써 합리화를 시켰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고 교류도 끊어졌던 방실장의 입

에서 다시 그 얘기가 나오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적들의 정보력을 내가 너무 과소평가했었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 술술 풀리고 있

었다.

“자네가 기분 나쁠지 모르지 만 난 노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자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확인하고 있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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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습니까? 하기야 실장님이 마음을 먹었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요.

“너무 서운해 하지 말게. 내가 기꺼이 노회장님의 뜻을

받든 이유는 당신께서도 자네를 수란 아가씨의 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딸의 죽음도 외면한 그가 말입니까?”

“외면이라고 말하지 말게, 단지 자신의 손으로 하지 못

하셨을 뿐이지, 이제 자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어 하

시지 않는가”

“아내가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데도 아무 것도 하지 못

한 제가 어디 그런 자격이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악착같이 힘을 모으려는 겐가?”

“그것밖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날개를 펴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진 자신의 아이를 생각

하면 당장 이 자리도 뛰쳐나가고 싶은 태극이다.

다만 방 실장을 존중하기에 원치 않는 주제를 나눴는데

내용과 상관없이 아픈 기억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하지만 애써 냉정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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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 주제든 이렇게 쉽게 흥분하는 자신이 아니

다. 앞에 앉은 방 실장을 자신이 얼마나 편하게 생각하는

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풍림장 인수에 대해 그가 알

고 있는 것들을 나눌 필요를 느꼈다.

“제가 풍림장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회장님께서는? “

“내 개인 의견을 말하는 건가?”

“우선은 노회장님의 생각부터 듣고 싶습니다.”

방 실장이 곁을 지키며 알게 된 것과 이번에 노회장이

태극을 생각하며 전한 이야기까지 보태서 전했다.

이성곤 회장은 누구보다 최씨 일가와 친한 사람이었다.

풍림장의 전대 가주인 최선집과는 연배 차이가 좀 있지

만 스스로 그를 롤 모델로 삼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를

따랐다.

게다가 젊은 시절 동문수학하며 두 사람이 나눈 우정은

다음 대 가주 위를 물려받을 두 사람으로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래서 그는 풍림장을 제 집 드나들 듯이 했단다.

“그런데 왜 풍림장의 몰락을 지켜만 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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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만 하는 게 그의 버릇이랍니까!”

그 말에 당황한 방 실장의 얼굴만 봐도 자신의 말이 심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장인이 될 수 있었던 그를, 나름 존경했던 그를 

그렇게 몰아붙일 수밖에 없는 태극의 심정을 알기에 

잠시 숨을 골랐다.

지금의 풍림장은 천하 대적이지만 부모님이 살아 계셨

다면 자신의 외가이기에 그 몰락이 더 안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만약은 필요 없는 전제겠지만.

“지금은 가장 우뚝 솟은 이씨 가문이지만 당시에는 늘

상석을 양보했다고 하네. 풍림장에게.”

“열등감이라도 가졌다는 말입니까?”

대답 대신 방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의 고백인 양 아주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약점은 있고 쳐다보는 대상

이 있기에 열등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성곤 회장이 누군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고려 그룹 회장이며 최고의 명

문가로 꼽히는 이씨 가문의 가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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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신뢰를 저버릴 만한 열등감에 시달렸다는 말

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때문에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지금이 아닌 당시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어.”

“언제를 말하는 겁니까?”

“6.25 전쟁 이후부터라고 봐야겠지.

개성을 버리고 인천으로 피난을 와서도 당당했던 풍림

장은 보이는 것처럼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서울을 근거지로 하는 이씨 가문에 비해 오히려 취약한

기반 때문에 내부적인 어려움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유수의 가문들이 또다시 풍림

장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단다.

전격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일마다 빵빵 터트리며

실질적인 힘과 실력을 비축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지켜

보던 이성곤 회장은 위기감을 느꼈다.

적어도 이제는 풍림 장의 뒷줄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

각했다.

그런데 무서운 속도로 안정되는 풍림장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사람들이 더 있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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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마음은 간절했지만 자마 손을 쓰지 못했는데

그들이 움직인 거지.

“풍림장은 기대했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결국 꺼꾸러진

거고요”

“두 가문은 강도짓을 했고 두 가문은 고개를 돌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금의 태극은 알고 있었다.

신성과 태영이 손을 잡아 더러운 짓을 벌였고 고려와

이원 그룹은 알면서도 묵고한 것이다.

그밖에 중소 가문들도 성향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벌떼

처럼 달려들어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면서 풍림장은 파탄

에 이르렀다.

“당시 가문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었다고 하더군.”

“하하하하! 그걸 막은 사람이 노회장님이란 말입니까?

이거 정말 눈물 나게 고마운 분이시군요”

어느새 태극은 풍림장에 감정이입이 되어 있었다.

지금 자신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작업을 통해 취하려

고 하는 목표가 바로 풍림장인데 그게 마치 원래 자신의

것인 양, 그렇게 흥분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되돌리고 싶어 하시네.”

“그게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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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일가는 정통성을 잃었다고 판단하시지 누구

처럼!”  

누구처럼?

등골이 오싹했다.

정통성을 잃은 사람은 더 있지 않던가?

바로 노회장의 아들들, 자신의 뜻을 저버리고 스스로

권력을 차지하려고 한 그들을 노회장은 인정하지 않고 

있었단 말인가?

“뭘 그렇게 쳐다보는가 설마 노회장님이 그들을 용서할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왜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묻고 싶었으나 말을 삼켰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그랬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던가.

원망과 증오,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이제야 말을 하는지 도

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방 실장이 어렵게 입을 땠다.

“시간이 필요했어. 자식들과 볼썽사나운 개싸움을 할 수

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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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

신음성이 저절로 터졌다.

단 한 줄의 말을 들었을 뿐인데 그 안에 함축된 의미를

생각하니 힘들었던 시간이 한순간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슬픈 파노라마처럼.

그런데도 아프지가 않았다.

오히려 기슴 한구석에서 따스한 기운이 작게 움을 텄다.

“그래! 진즉에 그래야만 했어!”

노회장에게 바라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그럴 수

없었던 그를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감정이 앞섰고 나약한 자신이 너부도 싫어서 원망의 대

상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는 상대가 마음을 놓을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

다. 가장 완벽한 타이밍을 노리면서 말이다.

“우선은 풍림 장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인수받아야 하네.”

날개가 달린 느낌이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지금도 충분하다고 판

단했는데 보유한 전력보다 더 큰 원군을 얻게 된 셈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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